글로벌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전공정' 외주생산) 시장에서 대만 TSMC의 점유율은 38%다. 2위 삼성전자는 4%에 머문다.
같은 기간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반도체 '후공정' 외주생산) 시장은 2025년 649억5000만 달러에서 2026년 684억6000만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파운드리와 OSAT 두 시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두 산업은 반도체 생산 공정의 앞과 뒤를 맡는다. 최근에는 그 경계마저 흐려지는 분위기다.

파운드리와 OSAT, 반도체 생산의 두 축은 무엇인가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Fab) 위탁생산 업체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같은 팹리스 기업이 설계도를 넘기면 파운드리가 실제 칩을 만든다. 미세공정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3나노, 2나노급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투자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OSAT는 파운드리가 만든 웨이퍼를 잘라 어셈블리, 패키징(조립)하고 검사(테스트)하는 후공정 외주 기업이다. 칩을 기판에 붙이고, 전기 신호를 연결하고, 최종 품질을 검사한다. 과거에는 단순 조립 공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르다. 미세공정 한계가 다가오면서 패키징 기술이 칩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두 산업은 분리돼 있었다. 그러나 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융합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TSMC는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라는 2.5D 첨단 패키징 기술(Advanced Packaging)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파운드리 기업이 후공정 영역까지 직접 장악하는 모습이다.

TSMC 독주 체제 속 삼성전자는 반등 가능한가
2026년 1분기 TSMC 매출은 약 359억 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증가했다. 파운드리 2.0 시장에서 36%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점유율 38%를 확보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커질수록 TSMC의 지위는 더 단단해지는 구조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같은 기간 점유율 4%에 그쳤다. TSMC와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나온다. 2026년 1분기를 기점으로 삼성 파운드리는 긴 침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적자 폭이 줄며 흑자 전환 목표 시기도 기존 2027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겨졌다.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파운드리 매출 기준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현재 4%와 목표치 20% 사이 간극은 크다.
업계에서는 2나노 공정 수율 안정화와 대형 고객사 확보가 관건이라고 본다. 엔비디아, 퀄컴 등 빅테크의 첨단 공정 주문이 삼성으로 얼마나 옮겨오느냐가 반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OSAT 시장, 왜 다시 호황기에 들어섰나
2025년 OSAT 시장은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2026년에는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이 약 80%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사이클과 비교해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위 3개 업체의 시장 장악력은 뚜렷하다. 1위는 대만 ASE다. ASE는 2018년 경쟁사였던 실리콘웨어(SPIL)를 합병해 'ASE 테크놀로지 홀딩'으로 거듭났다. 2024년 매출은 185억4000만 달러다. 상위 10개 기업 합산 매출의 약 45%를 ASE 혼자 차지한다. TSMC를 비롯한 대만 파운드리 생태계와 강하게 연계된 점이 강점이다.

2위는 미국 앰코 테크놀로지(Amkor Technology)다. 앰코의 뿌리는 한국에 있다. 1968년 국내 최초의 반도체 기업으로 출범한 아남산업이 그 시작이다. 아남산업은 1998년 아남반도체로 이름을 바꿨다. 이듬해 광주사업장에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가 설립됐다. 2000년에는 아남반도체가 보유한 사업장 세 곳을 앰코가 모두 인수했다.
현재도 앰코는 한국을 핵심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인천 부평 사업장(K3)은 1988년부터 가동 중인 생산기지다. 인천 송도 사업장(K5)은 2013년 약 5만6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같은 부지에 글로벌 R&D센터도 들어섰다. 광주를 포함해 국내 세 곳에서 생산과 연구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다.
실적 면에서는 2024년 매출 63억2000만 달러, 점유율 15.2%로 글로벌 2위를 지켰다. 다만 전년보다 2.8% 줄었다. 자동차용 반도체 재고 조정과 아시아 지역 가격 경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한국에 핵심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OSAT 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후공정 생태계와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두텁다.
앰코는 10일 광주에 1조 원 투자를 통해 2035년 까지 단계적으로 광주사업장 증설(6개 동) 확장하고 추가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광주 지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공장 건설과 함께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 구축과 '반도체 패키징 산업벨트' 조성의 탄력을 받게 되었다.
3위는 중국 JCET다. JCET는 2015년 싱가포르의 스태츠칩팩(STATS ChipPAC)을 18억 달러에 인수하며 단숨에 글로벌 3위로 도약했다. 이듬해에는 3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스태츠칩팩의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렸다. 2024년 매출은 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3% 증가했다. AI PC와 중급 스마트폰용 신제품 양산이 성장을 뒷받침했다. 이들 상위 3개 기업이 전체 OSAT 시장의 45~50%를 점유하고 있다.
상위 3개 기업의 뒤를 잇는 신흥 강자도 있다. 중국 퉁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通富微电, TFME)와 대만 파워텍(PTI, Powertech Technology)은 고성능 메모리와 통신용 칩 패키징 분야에서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한국의 하나마이크론은 2024년 매출 9억2000만 달러로 글로벌 8위에 진입했다. 전년 대비 23.7% 성장하며 상위 10개 기업 중 세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 후공정 기업들의 현재 위치는 어디인가
한국의 글로벌 OSAT 시장점유율은 4.3%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별 기업 단위에서는 성과가 나타난다. 앞서 살펴본 하나마이크론의 글로벌 8위 진입이 대표적이다. 메모리 고객사의 안정적 수주와 공정 고도화가 성장의 배경이다.
SFA반도체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범용 메모리 후공정을 외부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 수혜를 SFA반도체가 받고 있다. 2026년 1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생산 거점 다변화도 진행 중이다. 하나마이크론은 베트남 공장을 증설했다. SFA반도체는 필리핀 공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미세화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후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OSAT 기업의 투자는 여전히 레거시 공정 위주"라고 지적했다.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첨단 패키징이 이끄는 시장의 미래는
CoWoS는 로직 칩과 HBM을 실리콘 중개기판 위에 나란히 얹어 하나의 모듈로 만드는 2.5D 패키징 기술이다. 칩 간 배선이 짧아져 메모리 대역폭이 늘고 지연과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의 핵심 공정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 CoWoS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2% 성장할 전망이다. HBM 투자 확대가 더해진 결과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아키텍처 변화도 수요를 키운다. 블랙웰(Blackwell)은 2개의 GPU 다이로, 차세대 루빈(Rubin)은 4개의 다이로 구성된다. 다이 수가 늘어날수록 첨단 패키징 수요는 비례해서 증가한다.
종합하면 파운드리와 OSAT 모두 AI 반도체라는 단일 동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성장의 무게중심은 다르다. 파운드리는 미세공정 경쟁이 TSMC 한 곳으로 쏠리는 양상이다.
OSAT는 첨단 패키징을 중심으로 다수 기업에 기회가 분산되는 구조다. 국내 기업들은 HBM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 투자 확대를 통해 점유율 격차를 좁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스티븐의 머니챌린저 하승범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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