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신앙을 만나는가 - 7. 토마스 아퀴나스는 왜 이성과 믿음을 함께 붙들었나

우리는 왜 믿음을 의심하는가

이성과 믿음은 서로 적인가

이성과 계시는 어떻게 만나는가

토마스 아퀴나스는 수도원 서고의 고요 속에서 이성과 믿음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개의 빛임을 탐구했다.

7. 토마스 아퀴나스는 왜 이성과 믿음을 함께 붙들었나

- 믿음은 비합리적인가

 

 

 

현대인은 증명을 사랑한다.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숫자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눈으로 볼 수 있어야 안심한다. 그래서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신이 있다면 증명해 보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믿을 수 없다."

 

"믿음은 결국 비합리적인 것 아닌가."

 

이 질문은 사실 오늘날만의 고민이 아니다. 800년 전에도 비슷한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이다.

 

그는 철학과 신학이 싸워야 하는 적이 아니라, 함께 진리를 찾아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했다.

 

아퀴나스가 살던 시대에는 두 개의 극단이 존재했다.

 

한쪽은 말했다.

 

"믿음만 있으면 된다."

 

다른 한쪽은 말했다.

 

"이성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아퀴나스는 둘 다 부족하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이성을 하나님의 선물로 이해했다.

 

만약 하나님이 인간에게 생각하는 능력을 주셨다면, 그 능력을 사용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것은 오히려 신앙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은총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완성한다."

 

믿음은 이성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완성한다는 뜻이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신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다섯 가지 논증을 제시했다.

 

1. 운동의 논증

 

세상 모든 것은 움직인다.

 

움직이는 것은 다른 무엇인가에 의해 움직여진다.

 

그렇다면 최초로 움직이게 한 존재가 필요하다.

 

그 존재를 하나님이라 부른다.

 

2. 원인의 논증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원인이 계속 거슬러 올라가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시작될 수 없다.

 

그래서 최초의 원인이 필요하다.

 

3. 존재의 논증

 

우리는 태어나고 죽는다.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모든 존재의 근거가 되는 필연적 존재가 있어야 한다.

 

4. 완전성의 논증

 

우리는 선함, 아름다움, 진리를 비교한다.

 

비교가 가능하려면 궁극적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

 

그 최고 기준이 하나님이다.

 

5. 목적론적 논증

 

우주는 놀라운 질서 속에서 움직인다.

 

목적을 알지 못하는 자연도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다.

 

그 질서를 가능하게 하는 지성이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아퀴나스는 특별한 계시를 받지 않아도 인간이 자연세계를 관찰하면서 하나님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자연신학이라고 부른다.

 

별을 바라보며 우주의 질서를 생각할 수 있다.

 

생명의 신비를 보며 창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도덕적 양심을 통해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하나님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님을 향한 문은 열 수 있다.

 

아퀴나스는 이성과 계시를 두 개의 빛으로 비유했다.

 

이성은 인간이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빛이다.

 

반면 계시는 하나님이 직접 비추어 주시는 빛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이성을 통해 신의 존재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다.

 

그러나 삼위일체나 성육신과 같은 진리는 계시 없이는 알 수 없다.

 

즉, 이성은 길을 찾고 계시는 목적지를 보여 준다.

 

둘은 경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보완한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철학이 신앙을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교회 안에서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퀴나스는 철학을 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연구하면서 그것을 기독교 신학과 연결했다.

 

그 결과 교회는 철학을 두려워하기보다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세 지성사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의 혜택 속에서 살아간다.

 

과학은 질병을 치료하고 우주를 탐사하며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질문도 있다.

 

왜 존재하는가.

 

왜 선을 추구해야 하는가.

 

왜 사랑해야 하는가.

 

왜 인간의 생명은 존엄한가.

 

과학은 "어떻게"를 설명하는 데 탁월하다.

 

그러나 "왜"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퀴나스는 바로 그 지점을 주목했다.

 

그는 과학과 신앙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둘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은 모두 거짓인가?"

 

우리는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는가.

 

양심을 저울에 올려 측정할 수 있는가.

 

희망의 무게를 계산할 수 있는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종종 실험실보다 마음속에서 발견된다.

 

아퀴나스는 믿음이 이성의 적이 아니라, 이성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진리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동반자라고 말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믿음과 과학, 종교와 철학, 신앙과 이성을 서로 반대편에 놓는다.

 

그러나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 둘이 같은 진리를 향해 걷는 두 개의 길이라고 보았다.

 

이성은 질문하게 만들고, 믿음은 그 질문을 더 깊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은 그 두 길이 만나는 곳에서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6.12 09:01 수정 2026.06.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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