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관 사전검열' 소동이 남긴 숙제

초청명단과 저서 요구, 21세기 양산에서 벌어진 '사전검열' 소동

'정치적 목적'이라는 모호한 잣대가 초래한 차별 행정의 민낯

소동은 철회로 끝났지만, 재발 방지 위한 객관적 가이드라인 절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지자체 공공시설 대관 현장은 좋은 날짜를 잡기 위한 후보자들의 조용한 전쟁터가 된다. 

 

최근 양산에서 벌어진 박대조 인제대 특임교수의 '출판기념회 대관에 따른 초청 내빈 목록과 저서 사본 제출 요구' 소동은 강당 하나 빌리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소 한 영 발행인

양산문화원 시설관리 조례에 따라 '정치적 목적성'을 따지겠다고 나섰던 양산시가 지난 11일 하루 만에 "조례를 과도하게 해석했다"며 꼬리를 내렸다.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몇 가지 밝히지 못한 것이 있어 뒷맛은 씁쓸하기만 하다.

 

첫째, 최근 5년간 양산문화원과 양산예술회관에서는 현직 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시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당시에도 초청 내빈 명단과 저서 사본을 요구했었나? 아니라면 이것은 명백한 선택적.차별적 행정인데, 양산시는 이 행위를 한 담당 공무원을 어떻게 문책할 것인지 설명이 없다.

 

둘째, 출판설명회의 저서 내용 중에 어떤 문구나 내용이 있으면 정치 활동으로 간주되어 대관을 취소하는가? 이에 대한 객관적인 내부 심의 가이드라인은 있는 것인가?

 

셋째, 대관 허가가 완료된 상황에서 양산시립박물관장 명의의 공식 문서가 발송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양산문화원 관련 시설 관리 책임을 위탁받은 자로서 허가사항을 점검해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십 년 공직생활을 한 박물관장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전검열 금지, 재량권 남용 등 법적 문제가 불거질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구두 요청도 아닌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이 해프닝의 결재 라인이 어디까지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공공시설은 시민 모두의 자산이며 운영 원칙의 핵심은 ‘공정’과 ‘평등’이다. 조례에 '정치적 목적 제한' 규정이 있는 것은 시설이 특정 정당의 선거 캠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지, 행정기관이 돋보기를 들고 검열관 노릇을 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이미 대관료까지 낸 시민에게 책 내용과 손님 목록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사전검열의 선을 넘은 명백한 행정권 남용이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일관성'이다. 선거에 나올 특정 후보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시민들은 그 배후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한다. 공무원이 특정 진영의 눈치를 보거나 윗선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행정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작금의 사태는 양산시 공직사회가 시민의 공복(公僕)이 아닌,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 공무원'의 길을 택한 것은 아닌지 묻게 한다. 법과 원칙보다 '윗선'의 기류를 먼저 읽는 것이 유능함으로 대접받는 폐쇄적인 공직문화가 잔존하는 한, 행정은 결코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양산시의 이번 소동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은 아닌가. 공무원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양산시는 이번 자료 제출 철회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추된 행정의 권위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공직사회의 진심 어린 성찰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정치권력은 유한하지만, 시민을 위한 행정은 영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성 2026.02.12 09:41 수정 2026.02.12 09:46
Copyrights ⓒ K유학다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소한영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제2회 전국 우리소리 경창대회' 종로에서 화려한 개막
자연의 모든 것이 대립과 조화로 움직인다고 보았기때문. 짝수는 균형과 안..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날~。#jejuolletrail #ssicho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경작 사후조사 착수 | 부동산 투기 철퇴 ..
단 하나의 빛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선한영향력 #CCBS #칭찬위원연합회..
당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군사정보를 신라 문무왕에게 급히 알리..
허동보의 일히일비(19) - 가려 먹는다고 큰 일이 나진 않아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사랑이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순간 #사랑나눔축제 #칭찬위원연합회 #사랑으..
매듭은 지었지만, 자리는 지킵니다 | 계약해제 수용하라, 현대건설 결단하..
결단이 곧 계약해제 수용입니다 | 현대건설 결단하라, 계약해제 수용하라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ssicho
광교신도시 A17블록 지분적립형 아파트 청년·신생아 특별공급 전격 신설
칭찬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칭찬합시다 #사랑나눔축제 #칭..
카보베르데의 꿈! 인구60만, 작은섬나라!
창덕궁 후뭔에 있는 관람정, 존덕정이나 승재정 방향에서 보면 두 발로 물..
반야탕(般若湯)。낙조가 아름다운 도비산에서 바라보는 천수만, 오랫만에 올..
2026 용인 생활관광 미션투어 스탬프 투어: 여행하고 온누리상품권·투어..
좋은 사람 한 명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랑나눔축제 #선한영향력 #칭찬위원..
현대차그룹, 영남에 42조 폭탄 투하 AI 모빌리티 우주 에너지 선점 나..
삼성, 60조 폭탄투자로 영남을 '피지컬 AI 거점' 삼아 20만 일자리..
한화, 우주·AI에 55조 격전적 투자…대한민국 천상 영토 개척 신호탄
유튜브 NEWS 더보기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

내면의 깊은 성찰과 거룩한 감사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