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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흔든 대나무의 울림, 대금정악의 거성 조창훈 명인 별세

하늘로 돌아간 고결한 젓대소리, 국악 현대화와 후학 양성에 바친 85년의 불꽃

김성진 명인 사사부터 KBS·시립국악단 지휘까지, 한국 전통 선율의 정체성 확립에 평생 헌신

국악방송 긴급 추모 편성... 전남 승주에서 시작된 예인의 길, 국가무형유산으로 꽃피우다

AI 이미지 (제공: 미디어 울림)

 

우리 시대 마지막 대금정악의 수호자로 불리던 국가무형유산 대금정악 보유자 조창훈 명인이 지난 6일, 향년 85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국가유산청은 7일 오전, 고인이 노환으로 인해 별세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국 국악계의 큰 별이 졌음을 공식화했다. 고인은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사라져가는 전통의 맥을 잇고 이를 현대적 관현악 시스템으로 체계화하는 데 평생을 바친 독보적인 예인이었다.

 

 

■ '아정(雅正)'의 미학을 대금에 담아내다
 

대금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정서를 대변해 온 대표적인 횡적(가로로 부는 악기)이다. 특히 고인이 평생을 천착했던 '정악(正樂)'은 말 그대로 우아하고 바른 음악을 뜻한다. 과거 궁중의 연례나 사대부들의 풍류 속에서 연주되던 이 음악은 고도의 절제미와 깊은 호흡을 요구한다. 조창훈 보유자는 대금 특유의 맑으면서도 장중한 음색을 통해 정악이 가진 철학적 깊이를 대중에게 전달해 온 독보적인 존재였다. 독주 시 나타나는 특유의 흥취와 깊은 울림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조 명인만의 전유물로 평가받는다.

 

 

■ 전남 승주의 예인, 국악사양성소 1기의 전설이 되다
 

1940년(주민등록상 1941년) 전남 승주(현 순천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운명처럼 국악의 길로 접어들었다. 1955년 국악사양성소(현 국립국악중·고등학교) 1기생으로 입학하며 본격적인 예술 교육을 받은 그는, 당대 최고의 대금정악 명인이었던 故 김성진(1916~1996) 보유자를 사사했다. 스승으로부터 엄격한 정악의 법도를 이어받은 그는 1961년 국립국악원 국악사로 임명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행보는 중앙에만 머물지 않았다. 조 명인은 부산국악관현악단 창단에 앞장섰고, 광주시립국악원장과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등을 역임하며 지역 국악 활성화의 초석을 다졌다. 또한 KBS 국악관현악단 악장으로서 대중매체를 통한 국악 보급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 KBS 국악대상 연주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며 국악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 "소리는 멈추어도 향기는 남는다"... 마지막까지 이어진 전승의 혼
 

고인은 단순히 과거의 소리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조창훈의 예술세계>, <줄풍류 영산회상>, <일란(一蘭) 조창훈 명인의 젓대소리> 등 다수의 음반을 통해 대금의 정수를 기록으로 남겼다. 또한 '조창훈전통국악연구소'를 운영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을 직접 지도하는 등 후진 양성에 혼신을 다했다.

 

국악방송은 고인의 위대한 예술적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1월 7일 오후 1시부터 긴급 추모 방송을 편성했다. 이번 방송에서는 2015년 고인이 생전에 직접 출연하여 자신의 삶과 예술 철학을 구술했던 <구술프로젝트,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송출한다. 고인이 직접 연주한 '상령산', '청성곡', '수룡음' 등 대금의 맑은 울림이 다시 한번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릴 예정이다.

 

고인의 빈소는 연세대 신촌장례식장 15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1월 8일 오전 8시에 엄수된다. 유족으로는 아들 광복·광석 씨가 있다. 한국 국악계는 고인이 남긴 숭고한 예술적 유산이 후대에도 변치 않는 가치로 전승될 것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작성 2026.01.07 17:58 수정 2026.01.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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