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17] 벌금 내고 끝났다고 믿으면 위험하다
◇ 형사처벌과 체류자격은, 각자 다른 시계로 움직인다
퇴근길 회식 자리였다. 말 한마디가 두 마디가 됐다. 손이 먼저 나갔고, 상대는 경찰에 신고했다. 몇 주 뒤 벌금 200만 원 처분이 나왔다.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전화가 왔다. 출입국·외국인청(외국인의 체류를 관리하는 정부기관)이었다. 나오라는 날짜와 준비할 서류 목록이 함께 적혀 있었다.
이 이야기는 특정 국적만의 일이 아니다. E-9(비전문 취업) 비자를 가진 근로자도, D-2(유학) 비자를 가진 학생도, F-6(결혼이민) 비자를 가진 배우자도 똑같이 겪는다. 형사처벌과 출입국심사는 서로 다른 문(창구)에서 움직인다. 속도도 다르고, 판단 기준도 다르다. 이 사실을 모르면, 벌금 하나로 끝날 일이 체류 자체를 흔드는 일로 커진다.

◇ 왜 벌금 내고도 또 불려가는가
많은 외국인이 착각하는 지점이 있다. 경찰 조사를 받고 벌금을 내면, 사건이 완전히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출입국관리법(외국인 체류를 규정한 법)은 형사처벌과 별개로 움직인다. 체류자격을 계속 유지해도 되는지, 다시 한번 심사한다. 이 절차를 출입국사범심사라고 부른다. 벌금형을 받았든, 집행유예(형 집행을 미루고 일정 기간 문제 없이 지내면 형을 면제하는 제도)를 받았든 상관없다. 출입국사무소는 그 결과와 별개로 체류자격 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한다.
실제 사례는 다양하다. 음주운전이나 순간의 감정이 부른 폭행이 가장 흔하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 통장(계좌)을 빌려준 경우도 많다. 통장을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다. 벌금형이나 징역형 대상이 되고, 그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쓰였다면 사기방조 혐의까지 추가된다. "잠깐 빌려준 것뿐"이라는 생각이, 형사처벌과 출입국심사를 동시에 부르는 셈이다.
체류를 지키는 데 유리한 조건도 있다. 한국인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사는지, 5년 이상 장기체류했는지가 살펴진다. 세금을 성실히 냈는지, 피해자와 합의했는지도 중요하다. 같은 형량이라도, 이런 조건이 없으면 심사 결과가 더 불리해질 수 있다.
◇ 체포되는 순간부터 있는 권리
체포되거나 구금된 순간부터, 몇 가지 권리가 이미 시작된다. 자국 영사관에 통보해 달라고 요청할 권리다.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른 권리다.
한국어로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해도 마찬가지다. 조사 과정에서 통역을 요청할 권리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부분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국선변호인(국가 비용으로 선정되는 변호인)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국선변호인은 형사재판을 돕는 역할에 집중한다. 출입국 행정 절차까지 자동으로 챙겨주지는 않는다. 이 구분을 모르면, "변호인이 있으니 괜찮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 강제퇴거와 출국명령, 무엇이 다른가
출입국사범심사의 결과는 다섯 갈래로 나뉜다. 훈방, 통고처분(과태료 성격의 처분), 출국권고, 출국명령, 강제퇴거다. 이 중 가장 무거운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강제퇴거(정부가 강제로 국외로 내보내는 처분)는 출입국관리법 제46조에 근거한다.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고 석방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불법체류, 불법취업, 공공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강제퇴거 대상자는 대개 외국인보호소(강제퇴거 전까지 신병을 확보하는 시설)에 보호된다. 사실상 구금 상태로 절차를 밟는다는 뜻이다.
출국명령(자진 출국을 요구하는 행정처분)은 제68조에 근거하며, 강제퇴거보다는 가벼운 처분이다. 벌금 300만 원 이상이 확정됐거나, 최근 5년간 벌금 합계가 5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해당된다. 벌금형을 반복해서 받은 경우도 포함된다. 출국명령을 받으면 보호소에 갇히지 않고, 정해진 기한 안에 스스로 항공권을 구해 나가면 된다.
핵심은 처벌의 무게가 아니라, 그 처벌이 어떤 절차로 이어지는가다. 같은 벌금형이라도 액수와 횟수에 따라 출국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 실형(집행유예 없이 실제로 복역하는 형)을 받으면, 강제퇴거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람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명령서를 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이의신청(처분이 부당하다고 다시 판단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다. 법무부장관에게 제출하는 절차다. 기한을 넘기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라는 더 복잡한 길을 거쳐야 한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방법은 남아 있다. 한국에 체류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법무부장관이 별도로 체류를 허가하기도 한다.
강제퇴거가 집행되면 재입국금지(정해진 기간 재입국을 막는 조치)가 함께 붙는 경우가 많다. 기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영구까지 다양하다. 자진 출국 기록을 남기는 쪽이, 강제로 쫓겨난 기록보다 재입국에 훨씬 유리하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강제퇴거 처분은 2020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2024년에는 3만5천 건을 넘어섰고, 2020년의 여섯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 다른 나라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
한국만 이런 이중 구조(형사처벌과 별도로 체류자격을 심사하는 구조)를 쓰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큰 틀은 비슷하다. 다섯 나라를 비교하면 흥미로운 차이가 보인다.
일본은 사실 한국과 가장 닮았다.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제24조가 퇴거강제 사유를 정하고, 입국심사관 심사, 특별심리관 심리, 법무대신 재결이라는 3단계를 거친다. 한국의 강제퇴거·이의신청 구조는, 일본 제도와 그 틀이 매우 비슷하다. 이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재입국금지 기간만큼은 일본이 더 명확하다. 첫 위반이면 5년, 재위반이면 10년으로 못박혀 있다.
미국은 범죄를 두 갈래로 나눈다. "도덕적 비행이 개입된 범죄"와 "가중 중범죄"다. 전자는 사기나 폭행처럼 부정직하거나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있는 범죄다. 후자는 살인, 마약 밀매처럼 매우 중한 범죄를 말한다. 가중 중범죄로 분류되면, 추방을 피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미국 제도에서 가장 특이한 지점은 따로 있다. 2010년 연방대법원의 패딜라 대 켄터키 판결이다. 형사 변호인에게 이민 결과를 미리 설명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다. 변호인이 이 의무를 어기면, 그 자체로 변호가 부실했다는 근거가 된다.
한국에는 이런 의무를 명시한 규정이 없다. 형사 국선변호인은 재판 결과를 다투는 데 집중할 뿐, 출입국 문제까지 자동으로 책임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본인이나 가족이 먼저 나서서, 출입국 쪽 조력을 따로 구해야 하는 구조다.
중국과 베트남은 아예 다른 접근을 취한다. 두 나라 모두 추방을 법원이 선고하는 형벌 그 자체로 규정한다. 중국은 驱逐出境(추방), 베트남은 trục xuất(추방)이라 부른다. 가벼운 사건이면 추방만 단독으로 선고하고, 중한 사건이면 징역형에 추방을 덧붙인다. 형사재판 판결문 안에, 추방 여부가 이미 담겨 있는 셈이다.
한국·일본처럼 형사처벌 이후 별도의 행정심사를 다시 받는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은 추방된 외국인의 재입국을 10년간 막고, 영주자격을 가진 사람도 법원이 추방을 선고하면 그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러시아는 두 가지 제도를 함께 쓴다. 체류 자격을 잃은 사람을 내보내는 데포르타치야(행정적 추방)와,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로 부과하는 브드보레니예(행정처벌형 추방)다. 형사 유죄판결은 체류허가 거부나 추방의 근거가 되며, 최근에는 추방 사유를 넓히는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에게 점점 더 엄격해지는 추세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핵심은 어느 나라가 더 가혹한가가 아니다. 형사 절차와 체류 절차를 얼마나 분리해서 보는가다.
한국과 일본은 두 절차를 나눠서 순차적으로 심사하고, 중국과 베트남은 아예 하나의 판결 안에 묶어버리며, 미국은 변호인의 사전 고지 의무로 그 간극을 메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얻을 교훈은 분명하다. 형사 사건 하나가 끝났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그 판결이 체류자격에 어떤 의미인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 오늘, 며칠 안, 그리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통고서(출입국사범심사 대상이 됐다는 사전 통지서)나 출석요구서를 받았다면, 시간 순서대로 대응해야 한다.
먼저 오늘 안에 할 일이다.
1. 통고서나 출석요구서에 적힌 날짜와 장소를 정확히 확인한다.
2. 여권, 외국인등록증,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계좌내역을 한곳에 모은다.
3. 형사사건 판결문이나 약식명령문(정식 재판 없이 서면으로 내려진 벌금형 결정문) 사본을 확보한다.
다음 며칠 안에 할 일이다.
1. 강제퇴거명령서를 받았다면, 받은 날부터 7일이라는 이의신청 기한을 달력에 표시한다.
2.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자녀 재학증명서 등 생활 기반 자료를 준비한다.
3. 통역 지원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조사 전에 미리 요청한다.
4. 세금 납부 증명, 재직증명서 같은 성실한 생활 근거자료도 함께 챙긴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1. 통고서를 무시하고 방치하는 것이다. 기한 내 의견을 내지 않으면, 불리한 결정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2.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는 것이다. 조사 기록은 이후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의 근거자료로 그대로 쓰인다.
3. "국선변호인이 있으니 괜찮다"고 안심하는 것이다. 출입국 행정 절차는 별도로 챙겨야 한다.
4. 자진 출국 서류에, 의미를 모른 채 서명하는 것이다. 서명 하나로 재입국 가능 시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 변호사가 필요한 순간, 직접 대응해도 되는 순간
모든 사건에 변호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초범이고, 벌금형이며, 한국인 배우자나 자녀와 오래 함께 살아온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행정사(행정 서류 작성을 돕는 전문 자격사)의 도움만으로도, 의견서 제출 정도는 가능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과가 쌓여 있거나, 실형 가능성이 있거나, 애초에 체류자격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럴 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경우는 형사 변호와 출입국 대응을 함께 볼 수 있는 조력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형사 단계에서 어떤 결과를 받아내느냐에 따라, 이후 출입국 심사의 결과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형사와 이민, 두 트랙을 따로따로 대응하면, 한쪽에서 얻은 유리함이 다른 쪽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생긴다.
◇ 실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증거 정리다.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심사에서 유리한지 판단하는 일이다. 합의서, 판결문, 계좌내역, 근로계약서, 가족관계 자료 중 무엇이 핵심 증거가 될지는 사건마다 다르다.
둘째, 절차 선택이다. 아직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합의나 불기소를 이끌어내는 방향을 먼저 검토한다. 이미 처벌이 확정됐다면,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중 무엇을 먼저 진행할지 판단해야 한다.
셋째, 타이밍 판단이다. 통고서를 받은 지금이 즉시 움직여야 할 단계인지, 자료를 더 모아야 할 단계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이의신청 7일이라는 기한은, 이 판단이 늦어지면 그대로 사라진다.
넷째, 실수 방지다. 감정적으로 합의해 버리거나, 상대방에게 먼저 연락해 오히려 불리한 증거를 남기는 실수를 막는 일이다. 조사에서 무심코 불리한 진술을 하는 실수도 마찬가지다. 사소해 보이는 실수 하나가, 심사 결과를 뒤집는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이 강조하는 지점은 간판이 아니라 과정이다. 조력이 개입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심사 방향과 결과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실제로 사건을 다뤄본 경험이다.
형이 끝나도, 체류자격의 시계는 따로 돈다. 지금 그 시계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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