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 14.] - 이혼 소장을 받았다면 먼저 이것을 본다

침묵은 반박 포기…답변서 제출과 재산분할 목록작성 필수

유책 배우자 이혼청구 제한…재산분할은 귀책과 별개

재산유출·협박금지…외국인 체류자격과 양육권 방어법

[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14] 이혼 소장을 받았다면 먼저 이것을 본다

 

◇ 소장을 받은 날, 대응은 이미 시작된다

우편함에서 꺼낸 흰 봉투

퇴근길이었다. 우편함에 법원 봉투가 있다. 겉면에 이름이 정확히 적혀 있다. 뜯어 보니 "소장"이라는 두 글자가 보인다. 그 아래로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이라는 단어가 줄지어 있다.

한국어를 겨우 읽는 사람에게 이 서류는 벽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첫 번째 선택을 한다. 봉투를 서랍에 넣는다.

이 칼럼은 그 서랍을 여는 글이다.

 

◇ 가장 위험한 착각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소장을 송달받으면 정해진 기간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한다. 내지 않아도 재판은 진행된다.

 

한 병 철 변호사

물론 가사소송법은 이혼 사건에 자백간주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즉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주장이 곧바로 사실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원고는 여전히 증거로 이혼사유와 위자료, 재산분할의 기초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방패가 아니다. 침묵한 쪽은 반박할 기회를 스스로 버린다.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의 재산도, 자신의 기여도도 아무도 대신 말해 주지 않는다. 침묵의 대가는 늘 늦게 청구된다.

핵심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말할 기회를 남겨 두는 것이다.

 

◇ 한국은 아직 유책주의의 나라다

이혼을 청구당한 쪽이 반드시 알아야 할 구조가 있다. 한국 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취한다.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이유로 스스로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 대법원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2013므568)이 이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그래서 상대가 집을 나가 다른 사람과 살면서 이혼을 요구한다면, 그 청구는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예외가 있다. 상대방도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 감정으로 버티는 경우, 청구한 쪽의 잘못을 상쇄할 만큼 상대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이 흘러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경우다. 2022년 대법원 판결(2021므14258)은 이 판단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최근 흐름은 하나를 더 본다. 이혼을 거부하는 쪽이 혼인을 지키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이다. 감정만 남고 노력이 없다면, 거부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핵심은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이 혼인이 지금 살아 있는가이다.

반대편에서도 청구할 것이 있다.

 

◇ 이혼을 청구당했다고 해서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 반소를 낼 수 있다. 상대의 유책사유를 들어 오히려 자신이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법이다. 

 

둘째, 위자료는 쌍방의 책임을 비교해 정한다. 양쪽의 책임이 대등하다고 평가되면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파탄의 원인을 상대에게만 돌리는 서면은 오히려 신빙성을 잃는다.

 

셋째, 그리고 이것이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관계가 없다. 대법원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1993. 5. 11. 자 93스6 결정).

 

잘못했다고 해서 빈손으로 나가지는 않는다. 다만 그 권리도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 재산분할에서 방어하는 방법

재산분할의 대상은 혼인 중 부부가 함께 협력해 모은 재산이다.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상속·증여로 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한쪽만의 재산)으로 보아 제외된다.

 

그러나 예외가 넓다. 상대가 그 재산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기여했다면 분할대상에 들어온다. 혼인기간이 길수록 이 예외가 커진다.

 

빚도 함께 본다. 혼인생활을 위해 진 빚은 재산에서 빼고 계산한다. 사업 실패로 진 채무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가 결과를 크게 바꾼다.

 

퇴직연금과 장래 받을 퇴직급여도 분할대상이다. 국민연금은 별도 절차다. 혼인기간 중 가입기간이 5년 이상이면 상대가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함께 살지 않은 별거 기간은 혼인기간에서 빼도록 신고할 수 있다. 이 신고 하나로 분할되는 연금액이 달라진다.

 

숫자를 다투기 전에 목록을 다툰다. 그것이 방어의 첫 단추다.

 

◇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첫째, 재산을 옮기지 않는다.

소송 중에 부모나 형제 명의로 재산을 넘기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민법 제839조의3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해치는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법원은 부당하게 빼돌린 재산을 여전히 그 사람에게 있는 재산으로 보고 분할비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없앤 재산에 대해 세금과 소송비용만 더 내는 결과가 된다.

 

둘째, 아이를 쥐고 있지 않는다.

면접교섭으로 아이를 데려간 뒤 돌려주지 않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미성년자 약취죄를 인정했다(2019도16421). 반면 함께 살던 부모 일방이 폭행이나 협박 없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 계속 돌본 경우에는 약취죄를 인정하지 않았다(2013. 6. 20. 선고 2010도14328 전원합의체 판결).

 

경계는 힘의 사용 여부에 있다. 그리고 형사 책임과 별개로, 아이를 협상 카드로 쓴 정황은 양육자 지정에서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셋째, 협박하지 않는다.

"이혼하면 비자 취소하겠다"는 말은 권한의 행사가 아니다. 체류자격은 국가가 심사한다. 배우자에게 취소 권한은 없다. 그 말은 형법 제283조 협박죄, 나아가 형법 제324조 강요죄가 될 수 있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다. 위자료를 더 받으려고 "형사고소하겠다"며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면 형법 제350조의 공갈죄가 문제 된다. 대법원은 정당한 권리가 있더라도 권리행사를 빙자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는 협박으로 재산을 얻으려 했다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단순히 "고소하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 실제 피해에 상응하는 합의를 요구하는 것도 정당하다. 문제는 목적과 금액과 방법이다.

 

◇ 아이와 돈, 그리고 남은 시간

 

친권과 양육권은 자녀의 복리로 정한다. 가사조사에서 법원이 보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생활이다. 등원과 하원을 누가 했는지, 예방접종 기록에 누구의 연락처가 적혀 있는지, 아이가 아플 때 누가 병원에 갔는지를 본다.

 

양육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관계가 끝나지 않는다. 면접교섭권은 자녀의 권리이기도 하므로,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도 원칙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 통상 월 2회, 1박 2일이 기준이다. 면접교섭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외국인 부모의 체류자격 심사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양육비는 부담이 아니라 의무다. 소득이 크게 줄었다면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통보 없이 끊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행명령을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되고, 감치로 최대 30일 구금될 수 있다. 감치 결정을 받고도 1년 안에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도 따라온다.

 

주지 않아서 얻는 것은 없다. 늦게 주면 더 크게 낸다.

 

◇ 소송 중에도 생활은 계속된다

이혼 소송 중에 임금체불(일하고도 돈을 받지 못한 일)이나 퇴직금 미지급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소송에 정신이 팔려 3년을 흘려보내면 청구권 자체가 사라진다.

 

임금채권과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각 3년이다. 임금과 퇴직금은 퇴직 후 14일 안에 지급해야 한다. 퇴직금은 1년 이상 계속 근로하고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 일한 사람에게 발생한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급 10,320원, 월 환산액은 2,156,880원이다.

 

2025년 10월 23일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은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도 연 20퍼센트의 지연이자를 인정한다. 명백한 고의로 인한 체불에는 체불액의 3배 이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025년 11월 6일부터는 임금체불 피해 외국인에 대해 공무원의 출입국 통보의무가 면제된다.

 

노동청 진정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지 않는다. 3년이 임박했다면 내용증명(나중에 증거로 남기는 공식 우편)을 먼저 보내고, 6개월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상담은 고용노동부 1350, 무료 법률지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132다.

 

◇ 다른 나라였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독일이라면 상대가 3년만 별거하면 파탄이 추정된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라면 2022년 4월 이후 상대의 이혼 신청을 다툴 방법 자체가 없다. 미국은 모든 주가 무귀책 이혼을 인정한다. 

 

프랑스는 2년 별거를 기준으로 삼는다. 일본은 1987년 판례로 장기 별거 등의 경우 유책배우자의 청구도 받아들이며, 2026년 4월부터 이혼 후 공동친권을 도입했다.

 

한국은 다르다. 잘못이 큰 쪽이 함부로 관계를 끝내지 못한다. 이 구조는 남겨진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장치다.

다만 이 보호는 시간과 함께 얇아진다. 별거가 길어지고 회복 노력이 없으면 예외의 문이 열린다. 버티는 것과 지키는 것은 다르다.

 

◇ 소장을 받은 뒤의 순서

오늘 안에 할 일. 봉투에 찍힌 송달일자를 확인한다. 답변서 제출기한을 달력에 적는다. 소장에 적힌 상대의 주장을 항목별로 나눈다. 사실인 것, 사실이 아닌 것, 사실이지만 이유가 다른 것으로 나눈다.

 

다음 며칠 안에 할 일. 자신의 명의 재산과 채무를 목록으로 만든다. 상대 명의 재산 중 아는 것을 적는다. 통역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미리 요청한다. 반소를 낼지, 조정에서 정리할지 방향을 잡는다. 외국인이라면 이혼 이후의 체류자격을 지금부터 함께 설계한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소장을 서랍에 넣지 않는다. 재산을 옮기지 않는다. 아이를 데리고 잠적하지 않는다. 상대를 협박하지 않는다. 급하게 도장을 찍지 않는다. 조정기일의 한 시간이 남은 인생의 몇 년을 정한다.

 

◇ 변호사가 개입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증거 정리가 달라진다. 상대가 보낸 소장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담고 있다. 같은 기간의 대화와 계좌 내역, 출입국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이야기의 모양이 바뀐다.

 

절차 선택이 달라진다. 반소를 낼지, 조정으로 갈지, 재산조회부터 할지를 정한다. 방어와 공격은 같은 자리에서 시작된다.

타이밍 판단이 달라진다. 지금 합의할 때인지, 조회 결과를 보고 판단할 때인지를 가른다. 조급한 합의는 되돌리기 어렵다.

 

실수를 막는다. 감정적으로 쓴 문자 한 통, 홧김에 남긴 진술 하나가 유책의 증거가 되는 것을 앞에서 차단한다.

법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말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억울함의 크기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서면으로 옮기는 일이다.

 

◇ 마지막 한 문장

소장을 받은 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금 서랍을 열고, 봉투의 날짜부터 적는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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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7.30 11:55 수정 2026.07.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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